2023
액자에 아크릴, 마카
54.7 x 41.8 cm
< 작품시 >
비 오는 날에
한 방울, 두 방울
물결처럼 번지는 소리들이
세상의 모든 색을 덧칠한다
그곳에서 나는 고요를 펼쳐놓고
혼자만의 피크닉을 즐긴다
나만의 피난처, 비밀스러운 정원
비가 쌓아 올린 투명한 벽 속에서
나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
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
이름도 모른 채 스쳐 간 인연들
함께 걸었던 길, 나누었던 말들
모든 것은 기억 속에서만 선명해지고
빗줄기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
나는 조용히 손을 내민다
빗줄기 너머 누군가를 향해
이 물결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?
흐름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을 무엇이 있을까?
비는 대답하지 않는다
그저 내리고, 스며들고, 사라질 뿐
그러나 그 불확실함조차 아름다워서
나는 한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
비는 여전히 내린다
쏟아지는 침묵 속에서
나는 네게 말을 건다
너는 들을 수 있을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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